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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떠나는 여행

[Book]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

by 코발트_블루 2024. 4. 29.

제목에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이 많이 있네' 라며 택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집사들을 홀리는 고양이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첫 느낌은 낮설음이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풀어놓고 기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실정이기에 저렇고 풀어놓고 기르는 것 자체가 낯설다고 해야 할까? 

이런 낮설음을 뒤로하고, "관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무엇을 찍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네가 관심이 가는 무언가를 찍어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생명이 있는 무언가를 집에 들여 놓지는 못한다. 그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고양이를 기른다면 집 밖으로 내놓지 못함에서, 또 집 안에만 가두어 두는 것에서 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될 듯하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강아지나 고양이 모두가 자유롭게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아이들도 겁 없이 그 생물들과 어울렸었고...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하다. 한국에는 필요 없었던 고양이 사다리를 보며 옛일을 추억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처음에 사진은 없고, 고양이 사다리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서술되어 있어, 공부하듯 읽었다. 그리고 만난 첫 번째 사진.

책에 사진이 가득한 것은 좋은데, 쫙 펼쳐지지 않아서, 사진 전체를 감상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부분이 거슬린다.

"우리가 쓰는 이 사다리를 고양이들도 씁니다."라는 텍스트를 읽고 책을 가능한 쫙 펼쳐서야 사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피사체가 중앙에 있는 사진들은 참 보기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다 보니, 편하게 보는 사진집이 아니라,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사다리를 보려면 책을 펼쳐야 하니, 자주 볼 책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사진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었던 책이다. 숙제를 하듯, 고양이 사다리가 어디에 있는 지를 찾고, 고양이가 진짜 편하게 이 사다리를 이용할지를 고민하고... 어쨌든, 나에겐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그것을 책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애묘인 인구가 다수에 속하는 스위스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고양이 사다리’의 다양한 모습과 쓰임을 기록한 사진집. 옥외형 고양이 사다리는 반려동물이 건물 안팎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설치한 독특한 구조물로, 스위스의 도시나 마을에서 자주 발견된다. 사진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 브리기테 슈스터는 2016년∼2019년, 수도 베른에서 고양이 사다리가 설치된 건물들의 정면 사진을 촬영해 나갔고, 그중 고양이 사다리의 서로 다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들 100여 장을 골라 탐사 보고서와 함께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로 엮어냈다.

고양이 사다리는 스위스 애묘인들이 품고 있는 지극한 사랑의 매개물이기도 하지만, 한편 도시의 시각적 정체성, 그중에서도 도시 거리의 특색을 살리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경이로운 건축물이기도 하다. 대부분 나무로 된 고양이 사다리는 계획에 따라 잘 설계한 구조물로서, 건축적 표현의 한 형태로도 설명할 수 있다. 고양이 사다리만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각 건물의 양식에 잘 녹아들어 있고, 거꾸로 건축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선형의 고양이 사다리가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등 거주자의 개성이나 취향이 돋보이는 디자인도 많지만, 건물과 비슷한 색으로 칠해져 있거나, 하수도 파이프나 빗물 홈통에 설치한 경우처럼 여러 번 산책해야 비로소 보일 정도로 은밀하게 숨겨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수년에 걸쳐 저자가 포착한 고양이 사다리의 사진들에는 베른이라는 도시 자체의 특색과 미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사실 옥외형 고양이 사다리는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독특한 현상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스위스만큼은 흔하지 않다. 특히 베른에서는 스위스의 다른 도시들보다 더 많은 수의 고양이 사다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교통이 한산해 고양이들이 차에 치일 위험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도시의 여유로운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매우 호의적인 공동체 의식의 영향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스위스의 집주인들은 일반적으로 고양이 사다리 설치를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한다. 고양이 사다리를 반려묘들을 위한 필수적인 보조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양이 사다리가 설치된 베른의 건물들 자체가 더 많은 건물주에게 자발적으로 고양이 사다리 설치를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하나의 발언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에 기록된 도시 구석구석의 모습은 동물과 사람이 어떻게 한데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가에 관한 새로운 상상을 제안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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