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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떠나는 여행

[Book] 솔, 상처로 더욱 푸르다

by 코발트_블루 2024. 4. 10.

솔, 상처로 더욱 푸르다

 

월평도서관에서 찾은 이 책은 "이명준 사진 작품집"으로, 비매품이라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없음이 아쉬운 책이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소나무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정성이 크게 느껴졌고, 자신의 소명을 갖고 작업을 진행한 작품으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나무는 사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나무이며, 애국가에서, 노래 '상록수'에서 사군자 중 하나인 그 이름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소나무 하면 두가지가 생각난다.

노래 상록수 에서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라는 대목과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에서 겨울 피정을 하면서 폭설에 눈 무개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둑우둑 소리를 내던 소나무들이 생각난다.

 

일제강점기에 수탈의 대상이었던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상처 난 소나무의 사진들. 사람은 숨기고 살아가겠지만, 이들은 감출 수 없어 드러내 놓고 그날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수탈의 상처들에 마음이 아프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산에서 만난 소나무에 있는 상처들이 수탈의 흔적임을. 내일 산에서 소나무를 만난다면 이제는 어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들을 대할 수 밖에는 없을 듯하다. 상처를 한번 보듬어 주는 마음으로 한 번이라도 시선을 더 주게 될 듯하다. 여전히 상처를 안고 있는 그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고통받았던 소나무들이 이제는 기후변화에 의해 멸종이라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되니 저자와 같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 책에는 상처 난 소나무 사진 이외에도 천연기념물인 소나무들 등 소나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진들 사이사이에 담겨 좋은 글들 때문일까 "이명준 사진 작품집"이라고는 하지만,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였다. 또 다른 느낌으로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래 살았기에 그만큼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을까? 이 책에서 나무를  "서 있는 키 큰 형제( 베어 하트는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에서 )"라고 소개하는 대목이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가 생각나면서 이 형제에 대해서 짠한 마음이 더해졌다. 이 이외에도 이 책에서 만난 좋은 글귀들을 함께 나누자면 아래와 같다.

 

p28. 껍질은 껍질이 아니다. 거대한 세월의 비늘이다.

p.28 우리가 세상의 신비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 넘긴다면,
언젠가 세상 또한 우리를 삶 밖으로 내동댕이 칠 것이다. 우리는 대자연의 반격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애틀 추장 -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처음 '멋진 소나무들의 사진집인가 보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었다. 

사람은 저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간다. 저자가 많은 노력으로 이런 작품을 세상에 남겼듯, 나도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나의 사진과 글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갈까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다.

 


차례

Ⅰ. 오로지 푸른 삶
1. 솔 심어 정자 삼는다  / 2. 소나무의 절개는 겨울에 안다 / 3.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Ⅱ. 역사의 상처, 상처의 역사
1. 불의의 시대를 중언하다 / 2. 상처와 흉을 힘으로 삼다 / 3. 불 지난 자리까지, 직립으로 지킨다 / 4. 이웃의 상처도 위로하고
Ⅲ.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썩어 천 년
1. 죽어서도 아낌없이 주고 / 2. 생기 넘치는 터전을 만들고
Ⅳ. 숲이 세상의 명품이다
1. 바위와 찰떡궁합 / 2. 숲으로 세상을 잇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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